안부지기 · 이야기 · 개발 일지 ⑦

개발 일지 ⑦ — 통화기록을 들어내다

이 무렵 안부지기는 꽤 그럴듯해졌습니다. 통화기록을 읽어 마지막 연락일을 자동으로 갱신해 주니, 사용자가 손댈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기능만 보면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완성에 가까운’ 상태였죠.

그런데 한 가지가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바로 그 ‘편리함’의 정체였습니다. 통화기록은 누구와 언제, 얼마나 통화했는지가 전부 담긴 아주 사적인 정보입니다. 그걸 앱이 들여다본다는 게, 만들면서도 영 내키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용자라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 앱이 내 통화 기록을 다 본다”는 문장 하나만으로도, 저라면 설치를 망설일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그건 제가 만들고 싶은 앱이 아니었습니다. 편리함을 위해 사용자에게 “저를 믿고 통화기록을 보여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게 과연 맞나, 자꾸 되물었습니다.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이미 잘 돌아가는 기능이었고, 이걸 빼면 앱이 한 걸음 불편해진다는 것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만드는 사람이 찜찜한 기능은 쓰는 사람도 찜찜할 거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그래서 큰 결심을 했습니다. 잘 돌아가던 통화기록·문자 기능을 통째로 들어내기로 한 겁니다. 대신 전화나 문자를 한 뒤, 사용자가 직접 “연락했어요”를 누르면 그때만 기록되도록 바꿨습니다. 자동 감지라는 편리함은 사라졌습니다. 손이 한 번 더 가게 됐죠.

하지만 아무것도 엿보지 않는 앱이 되고 나니,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때 정한 원칙 하나가 안부지기의 성격이 되었습니다 — 편리함보다 정직함. 지금도 안부지기가 통화기록과 문자를 읽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날의 결정입니다. 돌아보면, 가장 많은 걸 덜어낸 이 날이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