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지기 · 이야기 · 개발 일지 ⑧

개발 일지 ⑧ — 골라서 챙기기, 정직한 권한

통화기록을 들어낸 뒤로는, “어떻게 더 조용하고 정직하게 만들까”를 자주 생각했습니다. 큰 기능보다 작은 배려들이 이 앱에는 더 어울렸거든요. 이 며칠은 그 작은 배려들을 하나씩 채워 넣은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알림에서 이름을 뺐습니다. 알림은 잠금화면에 그대로 뜨니까, 옆 사람에게 “누구한테 연락하라”가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앱을 열어 챙겨보라”는 일반 문구만 남겼습니다. 누구인지는 나만 알면 되니까요. 작아 보여도, 저한테는 꼭 지키고 싶은 선이었습니다.

다음은 ‘골라서 챙기기’였습니다. 주소록을 통째로 불러오니 챙길 사람이 너무 많아 도리어 부담스러웠습니다. 수백 명을 다 챙기려다 결국 아무도 못 챙기게 되는 거죠. 그래서 한 명씩 골라서 관리하는 화면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번호가 없는 연락처는 위로 모아 한눈에 보이게 하고, 한 번에 정리할 수도 있게 했습니다. 정말 챙기고 싶은 몇 사람만 남기기 쉽도록요. 많이 담는 것보다, 잘 추려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권한을 ‘거부했을 때’도 신경 썼습니다. 연락처 권한을 허용하지 않은 분께 앱이 그냥 멈춰 보이면 안 되니까, 왜 권한이 필요한지, 어떻게 다시 켜는지 친절하게 안내하도록 다듬었습니다. 잘 될 때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막혔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사용자가 가장 답답한 순간이 바로 그때니까요.

이런 작은 결정들이 모여, 안부지기가 “조용하지만 정직한 앱”이 되어갔습니다. 기능 목록에는 한 줄도 안 적힐 변화들이지만, 쓰는 사람의 인상을 만드는 건 늘 이런 곳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