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지기 · 이야기 · 개발 일지 12

개발 일지 12 — 만들다가 잠시 접어둔 것

달력을 고치고 난 뒤에도,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안부지기에는 추적하고 싶은 사람을 직접 골라 관리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경우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기록은 그대로 남겨두고 싶은데, 매일 목록에서 보고 싶지는 않은 사람. 예를 들어, 지금은 연락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든가, 아니면 그냥 잠깐 눈에 띄지 않게 두고 싶다든가요.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연락처를 목록에서 숨기기' 기능을 생각했습니다. 앱에서 안 보이게 하되, 지금까지 기록해 둔 연락 이력은 지우지 않는 방식으로요.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고, 꺼내면 이전 기록이 그대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기능 자체는 며칠 만에 완성했습니다. 숨기기 버튼을 누르면 목록에서 사라지고, 설정 화면에 들어가면 숨긴 연락처 목록을 볼 수 있으며, 거기서 다시 꺼낼 수 있습니다. 알림도, 추적도, 그 사람에 관한 모든 것이 조용히 대기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다 만들어놓고 보니, 선뜻 내보내기가 꺼려졌습니다.

숨기기 버튼이 연락처 상세 화면 안에 있어서, 자칫 잘못 누를 수도 있었습니다. 실수로 숨겼을 때 어떻게 되돌리는지, 처음 보는 분이 바로 알 수 있을까요. 설정 화면 안에 '숨긴 연락처' 메뉴가 있다는 걸 찾아낼 수 있을까요. 저는 매일 이 앱을 보고 있으니 알지만, 처음 쓰시는 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능이 있다는 것과, 그 기능이 친절하다는 것은 다릅니다. 실수했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을 아직 충분히 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숨기기 기능은 일단 열어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코드는 그대로 있습니다. 실제로도 잘 작동합니다. 다만 아직 여러분께 보여드릴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충분히 친절해진다면 그때 꺼내겠습니다.

기능을 안 쓰기로 결정하는 것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안부지기가 되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고요.